존경하는 슬로바키아 한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6년/27년 슬로바키아 한인회장으로 취임하게 된 이천호입니다.
먼저 부족한 저에게 이 중요한 책임을 맡길 수 있도록 신뢰와 성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는 2004년 11월, 현대엘리베이터 직원으로 기아차 유럽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슬로바키아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질리나’라는, 이름조차 낯설었던 도시에 내렸던 그날의 설렘과 두려움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때는 이곳에서 20년을 넘게 살아가게 될 줄 상상도 하지 못했고, 어느덧 이 낯선 땅은 제 인생의 또 다른 고향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많은 분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슬로바키아에 굳건한 삶의 터전을 일구어 오셨습니다.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이 오늘의 한인 사회를 만들어 왔습니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유럽에서 ‘한국’은 종종 일본이나 중국과 혼동되는, 멀고 작은 나라에 불과했습니다. “Made in Korea”라는 문구 역시 주로 ‘가성비’를 상징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떻습니까? 이제 대한민국은 첨단·혁신·문화의 세계적인 리더 국가로 우뚝 섰습니다. 한국 기업은 기술력과 자본력으로 유럽 산업 현장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K-컬처는 국가 이미지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의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슬로바키아 한인 사회를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우리 슬로바키아 한인 사회가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 속도에 충분히 발맞추어 성장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곳은 장기 정착 교민보다 일정 주기로 교체되는 주재원과 가족의 비중이 높아, 안정적 비전과 지속 가능한 공동체 체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우리 한인 사회 발전에 걸림돌이 되었고, 그 결과 체계적 성장 또한 기대만큼 속도를 내기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이러한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체류 기간의 길고 짧음을 떠나, 슬로바키아에 머물렀던 모든 분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연결되고, 우리의 경험과 자산이 지속적으로 축적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합니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올바른 방향을 세우고 한 발 한 발 꾸준히 나아간다면, 우리 슬로바키아 한인 사회도 머지않아 더 큰 발전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 믿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함께 고민을 나누며 실질적인 변화와 성장의 방향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여러분의 아낌없는 조언과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슬로바키아 한인 사회가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바탕으로 더욱 단단하고 발전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 나갑시다.

